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晉 康侯 用錫馬蕃庶 晝日三接
【初六】晉如 摧如 貞吉 罔孚 裕 无咎
【六二】晉如 愁如 貞吉 受茲介福于其王母
【六三】衆允 悔亡
【九四】晉如鼫鼠 貞厲
【六五】悔亡 失得勿恤 往吉 无不利
【上九】晉其角 維用伐邑 厲吉 无咎 貞吝

  중국은 천자(天子)가 각 지역의 제후들을 통솔하는 체제를 갖고 있었다. 천자가 제후를 임명하여 한 지역을 독자적으로 다스리게 하고 그 제후를 지배하는 형태의 정치체제 였는데, 그래서 조공을 받쳤던 우리나라가 중국의 제후국이었느니 하는 논란이 있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진(晉)괘는 천자의 권력이 아닌 제후의 권력을 말하며, 천자에 충성하는 권력을 의미한다.

 

晉 康侯 用錫馬蕃庶 晝日三接
권력(晉)은 강후의 지위를 받고(康侯) 마필을 상으로 받으며(用錫馬蕃庶) 하루에(晝日) 세 번 임금을 배알함을(三接) 말한다.
  천자로부터 제후로 봉해지면 천자의 신하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천자를 조현(朝見)하여 업무 보고와 인사를 하여야 하며, 조공을 받쳐야 하며, 천자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천자에게 불충한 다른 제후를 토벌하여야 하는 등 여러가지 신하로서의 의무를 지게 되었다. 제후로 봉해졌는데 마필을 상으로 받고 하루에 세 번이나 천자를 배알하게 되니 곧 올바른 권력이며 천자에 충성하는 권력이어야 한다는 의미한다. 반드시 하루에 세 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청해도 천자가 만나줄 정도의 신임을 의미한다.

 

晉如 摧如 貞吉 罔孚 裕 无咎
권력으로(晉如) 정적을 굴복시켜야(摧如) 끝까지 길하다(貞吉) 굴복한 적수가 신뢰할 수는 없더라도(罔孚) 관대하게 대해야(裕) 허물은 없다(无咎)
  권력은 정적을 굴복시키지 못하면 위협이 되는 무서운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권력으로 정적을 굴복시켜야 하는 것은 제후로서의 의무 중 하나인 ‘불충한 다른 제후를 토벌해야 할 의무’를 의미한다. 중국의 역사는 제후들의 커진 힘을 막지 못해 결국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여 혼란기로 접어들었다. 권력은 정적을 힘으로 굴복을 시켜야 하지만 그 반면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 중용(中庸)의 도를 지키라는 것이다. 채찍과 당근이 조화되어야 하니 ‘교육’의 도(道)와 마찬가지이다.

 

晉如 愁如 貞吉 受茲介福于其王母
권력은(晉如) 근심이 있어야(愁如) 끝까지 길하니(貞吉) 왕모로부터 그 복을 받을 것이다(受茲介福于其王母)
  제후의 권력은 천자로부터 다른 지역의 제후들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견제를 받게 되는 자리이다. 권력의 근심은 그러한 권력의 견제를 말한다. 권력이 견제를 받지 못하면 액톤(Acton)의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처럼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날 삼권분립(三權分立)이 제도로써 자리잡은 까닭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천자와 다른 제후들의 의심을 사게 되는 심한 견제를 받으면 왕모가 살펴 줄 것이라고 한다. 왕모는 역사적으로 문왕의 어머니였던 태임(太任)을 지칭한다고 한다. 천자는 혹 간신배들에게 휘둘려 분별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어머니의 모성본능은 아들을 해롭게 하는 자와 이롭게 하는 자를 본능의 눈으로 더 잘 알게 되는 까닭일 지 모른다.

 

衆允 悔亡
민중의 지지가 있어야(衆允) 후회가 없다(悔亡).
  바른 권력인지 바르지 못한 권력인지의 여부는 민중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탕왕이 걸왕을 내쫓고 무왕이 주왕을 정벌한 것을 두고 맹자는 남을 해치고 잔인하게 구는 한 명의 인간을 처형한 것일 뿐 군주를 시해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군주가 군주답지 않으면 군주가 아니라는 뜻인데, 바른 권력이란 무조건적으로 천자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바른 도리와 민중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晉如 鼫鼠 貞厲
권력이(晉如) 들쥐와 집쥐와 함께 하면(鼫鼠) 끝까지 위태롭다(貞厲).
  들쥐는 떼를 지어서 농작물에 단번에 큰 피해를 주고, 집쥐는 집안에 기생하며 조금조금씩 피해를 주는데 그러한 성향의 간신배들을 상징한다. 공자께서는 “스며드는 참소와 애통한 무고가 통하지 않는다면 널리 밝히는 통찰력을 가졌다 할 수 있다”[논어 제12편 안연 제6장]고 하셨다. 논어 원문의 침윤지참(浸潤之譖)과 부수지소(膚受之愬)는 이미 고사성어가 된 말이다. 침윤지참(浸潤之譖)은 물이 점점 스며드는 것과 같이 쌓고 쌓이게 하여 모함하는 것이며, 부수지소(膚受之愬)는 살을 에는 듯한 간절한 하소연으로 단번에 흔들리게 모함하는 것을 말하니, 침윤지참은 집쥐와 의미가 같고 부수지소는 들쥐와 의미가 같다.

 

悔亡 失得勿恤 往吉 无不利
후회가 없다면(悔亡) 권력을 잃고 얻음에 근심하지 말라(失得勿恤) 그렇게 나아가면 길하고(往吉)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

  권력이 단지 욕망이라면 그만큼 무상한 것도 없다. 옛 속담에 ‘정승 개 문상은 가도 정승 문상은 안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권력을 잃고 얻는 것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바름을 도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권력은 그 바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晉其角 維用伐邑 厲 吉 无咎 貞吝
권력의 뿔을 세우면(晉其角) 그 권력으로 이웃을 치게 되니(維用伐邑) 위태하다(厲) 결과가 좋고(吉) 허물은 없더라도(无咎) 끝내는 어려워질 것이다(貞吝)
  권력의 뿔을 세우는 것은 권력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 가진 힘을 행사하여 이웃을 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힘으로 제압했기 때문이며 힘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권력이라는 강한 힘을 가졌으되 그 힘은 공격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힘이 아니라 바른 도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행사여야 바른 까닭이다. 공자께서 소(韶)음악은 정말 아름답고 참으로 좋다고 하셨지만 무(武)음악은 아름답지만 참으로 좋지는 않다고 하셨으니[논어 제3편 팔일 제25장], 무왕은 힘으로 자신의 주군이였던 주왕을 참살하고 천하를 차지하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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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