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제물론(齊物論) - 1 간상(赶上)/장자(莊子)2013. 1. 6. 16:20
남곽자기(南郭子棊)가 책상에 기대앉아[南郭子綦隱机而坐]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쉬니[仰天而噓]
그 멍한 모습이 마치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荅焉似喪其耦].
제자 안성자유(顔成子遊)가 그 앞에서 시중을 들다가[顏成子游立侍乎前] 여쭈었다[曰]:
"무슨 일인지요[何居乎]? 보이는 모습이 정말로 마른나무와 같고[形固可使如槁木]
느껴지는 마음이 정말로 식은 재와 같습니다[而心固可使如死灰乎].
지금 책상에 기대고 있는 사람이[今之隱机者]
이전에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인지요[非昔之隱机者也]?
자기(子棊)가 말했다[子綦曰]:
"언아[偃] 너는 정말 순진하여[偃不亦善乎] 그런 것을 묻는구나[而問之也]!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잊고 있었는데[今者吾喪我] 네가 그것을 알겠느냐[汝知之乎]?
너는 사람이 내는 소리인 인뢰(人籟)는 들었을 것이나[女聞人籟而未聞地籟]
땅이 내는 소리인 지뢰(地籟)는 못 들었을 것이고[女聞地籟]
설령 들었어도, 하늘이 내는 소리인 천뢰(天籟)까지는 못 들었을 것이다[而未聞天籟夫夫].
자유가 청했다[子游曰]: "부디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敢問其方]."
자기가 대답했다[子綦曰]:
"대개 대지가 뿜어내는 숨을[夫大塊噫氣] 바람이라 한다[其名為風].
이것이 일지 않으면 모르겠지만[是唯無作]
일어나면 세상의 모든 구멍이 성난 듯 소리를 낸다[作則萬竅怒呺].
너 혼자 그 소리의 울림을 못 듣지는 않았겠지[而獨不聞之翏翏乎]?
산 속의 높은 봉우리에[山林之畏佳] 백 아름이 되는 큰 나무의 구멍은[大木百圍之竅穴]
코와 같이, 입과 같이, 귀와 같이, 가로보 같이, 고리와 같이, 절구와 같이[似鼻 似口 似耳 似枅 似圈 似臼]
연못과 같은 것이 되고, 웅덩이와 같은 것이 된다[似洼者 似污者].
물소리 같이, 화살소리 같이, 꾸짓는 소리 같이, 숨쉬는 소리 같이[激者 謞者 叱者 吸者]
부르는 소리 같이, 울리는 소리 같이, 찟어지는 소리 같이 되어[譹者 宎者 咬者],
앞 소리를 가볍게 시작하여 뒷소리를 무겁게 낸다[前者唱于而隨者唱喁]
작은 바람이면 작게 화답하고, 거센 바람이면 크게 화답한다[泠風則小和 飄風則大和]
그러다 바람이 잦아지면 모든 구멍들이 잠자게 되는 것인데[厲風濟則眾竅為虛]
너만이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 흔들리다 잠잠해짐을 것을 못 보지는 않았겠지[而獨不見之調調 之刀刀乎]?"
자유가 말하기를[子游曰]:
"지뢰(地籟)는 구멍을 통해 나오게 되는 소리이며[地籟則眾竅是已],
인뢰(人籟)는 사람이 불어 나오는 피리같은 소리군요[人籟則比竹是已].
그렇다면 천뢰(天籟)는 무엇인지요[敢問天籟]?"
자기가 대답했다[子綦曰]:
"그 나오는 소리가 만가지가 다 다르지만[夫吹萬不同]
저절로 달리 만들어 지는 소리이다[而使其自已也].
저절로 그리 나오게 되는 것이니[咸其自取]
소리나게 하는 그 무었이 있어서겠느냐[怒者其誰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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